하나비의 일본철도 여행기 1기 - 못다한 꿈 [Chapter 5. 북방의 설원, 홋카이도: 일본의 동쪽 끝을 향하여 3편 - 일본의 동쪽 끝, 네무로. 그곳에서 느낀 씁쓸함]
*하나비*2018. 3. 12. 09:17
5장 3편
네무로 ~ 노삿푸 미사키 ~ 네무로
여정 정보
구간: 네무로 (根室) ~ 노삿푸 곶 (納沙布岬) ~ 네무로 (根室)
열차: X - 버스 이용
거리: 49.0km
운임: 1,880엔
누적거리: 4,634.1km
누적운임: 136,430엔 (JR Pass 128,350엔)
이번편은 장소가 장소다보니 좀..많이 씁쓸한 내용이 나옵니다. 미리 염두해두시고 읽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역을 나와서 왼쪽 길 건너편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향합니다.
거기서 노삿푸 미사키행 표를 달라고 하면 왕복 표와 함께 버스 시각표도 함께 줍니다.
운행하는 버스가 몇편 없기 때문에 시간에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출발 5분 전 버스에 올라탔더니 뜬금없는 러시아어 안내문이 등장합니다.
느낌표와 1만엔이라는 숫자로 보아 벌금과 관련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추가-
예전에 공항철도서 본 러시아인의 행동으로 보아서는 흡연금지 경고 같습니다.
(열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해서 황급히 제지했던 기억이 있네요)
일본서 처음 타보는 버스입니다. ^^;;;;
좌측통행이다보니 운전대도 출입문 위치도 모두 정 반대입니다.
잠시후 버스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미사키 곶을 향해서 출발합니다.
가장 놀란것은 한국 버스와는 달리 안전속도를 100% 지키면서 달린다는 겁니다.
가끔 시골에 버스타러가면 승용차인지 버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내달려서 아찔하기도 했는데, 되려 답답한 느낌까지 들더군요 ^^;;;;
얼마전 눈이 엄청나게 왔는지, 인도변에는 도로서 밀어낸 눈이 잔뜩 쌓여있네요.
표지판입니다. 35번 국도를 쭈욱 따라가면 노삿푸 곶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버스는 최단거리로 달리지 않지요. ^^;;;;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져서 시내를 좀 더 빙빙 돌아갑니다.
네무로 시내를 한바퀴 빙 돌고 버스는 시 외곽지역으로 진입합니다.
계기판 위에는 제한속도나 RPM같은 주의 사항이 적혀있는것 같고, 그 옆에는 시각표가 놓여져 있습니다.
이런 시골서는 버스 한대 한대가 중요한 교통수단이다보니,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서 운행하게 됩니다.
오른쪽에 태평양을 끼고 버스는 곶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홋카이도는 교통사고가 전국구 급 상위권이다보니, 이렇게 통행이 뜸한곳에서 교통 법규를 잘 준수하라는 '경고성' 깃발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차선을 막고 전기 보수 공사중인 지역을 통과합니다.
앞에는 자그마한 버스 정거장도 보입니다.
마을을 빠져나온 후, 버스는 이제 종착지인 노삿푸 곶으로 향합니다.
정오녘의 햇빛이 바다에 반사되어서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바닷가이다보니, 풍력발전 단지도 설치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네무로 시의 인구를 생각하면 인근 가구는 저 풍력단지 하나만으로도 충당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커브를 빙 돌은 후, 버스는 시원하게 뚫린 평야지대를 유유히 달려서
노삿푸 곶에 도착합니다.
제가 타고온 버스를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헤드라이트부터 서울서 돌아다니는 동글동글 헤드라이트를 한 시내버스를 연상시키네요.
이 버스는 여기서 대기하다가 회차후 다시 네무로로 돌아갑니다.
주변지역 관광 안내도입니다.
제작된지 꽤 지난듯이, 여기저기 녹이 슬어있고, 칠이 벗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나오면, 이렇게 바다에 유빙이 펼쳐진 곳이 보입니다.
난생 처음 보는 유빙에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
저 멀리 바다 너머에 보이는 곳은 쿠릴열도 남방 4개 도서중 하나인 하보마이 군도 (일본명도, 러시아명도 하보마이네요) 입니다.
일본이 북방 4개영토라고 명명하고 끊임없이 영유권 주장을 하는 섬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곳은 육안으로 쿠릴열도가 보이기 때문에, 자국의 영유권 주장을 하는 시설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제목에서도 '씁쓸한'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요.
관련 내용은 뒤에 따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른편으로는 기상관측소 같은 시설과 또 다른 하보마이 군도의 섬이 보입니다.
절벽 위에서는 갈매기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주 한적한 풍경이 계속 펼쳐집니다.
이제부터는 좀 보기 불편하고 씁쓸한 내용들을 다루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의 북방영토 4개도서 반환에 관련된 시설들이 여기저기 있는 장소다보니, 결국 짚고 넘어가게 되었네요.
혹시나 이 주제에 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고 계실 분이 있을까봐 자세한 설명은 접어두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일본이 주장하는 '북방영토' 에 관해서 좀 더 기술해보자면,
1855년 제정 러시아와의 영토 협상에서 현재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 4개 도서를 기준으로 러시아와의 국경선을 정합니다.
(4개 도서중 최북단인 이투루프 섬까지 일본 영토로 규정)
이후, 1945년 패전까지 이 4개 도서를 관리하다가 (사실 러일 전쟁 승리로 쿠릴열도 전체를 지배하게 되었지만) 이후 구 소련이 이 4개 도서를 포함한 쿠릴열도 전체를 점령하게 됩니다.
패전 이후 일본은 이 4개 도서를 자국 영토로 재 편입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였고, 결국 1956년, 포츠담 선언때 홋카이도의 일부라고 주장했던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 섬을 돌려받기로 구 소련과 합의하였으나 냉전때 일본이 사실상 미국 측에 붙음으로서 러시아는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후 소련 붕괴 이후 2001년 러시아는 1956년의 합의를 이행하려는 자세를 취했으나, 고이즈미 총리를 필두로 한 당시 신 내각이 4개섬 일괄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하자 협상은 결렬, 러시아는 이후 4개 도서중 단 하나도 반환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4개 도서중 이투르프 섬과 쿠나시르 섬이 아닌가 싶습니다.
4개 도서중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 섬은 러시아가 돌려줄 의향이 있는것 같지만, 일본의 4개 도서 일괄 반환 이라는 입장이 일을 꼬이게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것이 현 실정이라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