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사키를 기점으로, 군마현내에서 운행중인 SL열차는 SL군마 요코카와, SL군마 미나카미 총 두개입니다.
원래는 SL 군마 요코카와는 SL 우스이, SL 군마 미나카미는 SL 미나카미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이 중 죠에츠 본선을 따라서 운행하는 열차가 SL 미나카미,
신에츠 본선을 따라서 운행하는 열차가 SL 요코카와입니다.
SL 미나카미는 비전화구간을 따라 달리면서 풍부한 연선 경치, 그리고 종착역에서의 기관차 방향 전환 등의 볼거리가 있으며,
SL 요코카와역시 경치는 나름 괜찮은 편이며, 종착역인 요코카와역이 일본 최대의 급구배로 유명한 우스이고개 구간의 시작점이였던지라
근방에 우스이고개 철도관등 볼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SL 미나카미와 요코카와는 번갈아가면서 운행하며, 제가 방문하는 날짜에는 요코카와만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D51과 C62 두종류가 번갈아서 운행하는데, 오늘은 D51이 운행기로 당첨되었습니다.
D51은 주로 화물용으로 견인되었으나, 견인력이 좋기 때문에 급구배가 많은 산간지역에서도 여객용으로도 쓰였습니다.
SL 군마 시리즈에는 전용 D51이 있는데, 이 D51의 로드넘버는 498호기입니다.
선두부에는 D51 498호기의 복원 30주년 기념 헤드마크를 달고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타카사키역 3번홈에 정차한 증기기관차는 연통에서 연기를 하늘로 계속해서 뿜어내고 있습니다.
몇번 증기기관차를 보긴 했지만, D51같은 대형 증기기관차가 아직도 쌩쌩하게 달리는 모습은 보기 드물긴 합니다.
철도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좀 더 친근한 일본이기도 하지만, 증기기관차라는 존재 자체는 아이돌마냥 주변에 엄청난 인파를 불러옵니다.
단순히 열차를 타러 온 사람 뿐만이 아니라, 구경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로도 플랫폼은 인산인해입니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너머로, 운전실에선 승무원들이 한창 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업에서 증기기관차를 사용하는 일부 국가는 매번 석탄을 때다보니 승무원의 피로도가 심해지는 문제가 있어서 등유 보일러로 대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관광용으로 잠깐잠깐 굴리는 터라 그런지, 아직도 석탄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날 운행하는 D51의 탄수차에는 1988년 동태복원된 것을 기념하는 30주년 마크가 칠해져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기관차의 모습을 담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SL 군마 요코카와는 총 5량의 객차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결된 객차들은 스하후42형 2000번대 차량과 오하47형 객차들로, 2000번대 차량들은 기본형 객차에서 전기 난방장치가 장착된 차량들입니다.
구형 객차의 메리트라면, 이렇게 창을 열어서 바깥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유럽의 완행 2등차에서나 볼 수 있던 차창밖 풍경을 볼수 있습니다.
인파를 뒤로 하고 SL 군마 요코카와는 타카사키역을 출발합니다.
한동안 열차는 신칸센 고가와 나란히 달려서 북쪽으로 향합니다.
그나저나 예약에서는 만석 행렬이던 차량인데, 막상 타보니 군데군데 빈자리가 많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탄 박스석만 해도 원래는 제 자리 혼자 남은 자리였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혼자서 전세를 내고 갔습니다.
창문이 열리는 객차의 다른 장점이라면, 이렇게 달리는 와중에서도 창문을 열고 이런 생생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커브를 돌아나가면서, 힘차게 연기를 뿜으면서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잠시 후 열차는 첫번째 정차역인 안나카역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재미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맨 뒤에는 이렇게 전기기관차 하나가 끌려옵니다.
EF64형 1001호인 이 기관차의 앞에는 EL요코가와의 헤드마크가 달려있습니다.
이런 운행을 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요코가와역의 구조때문입니다.
다른 SL인 SL군마 미나카미는 종착역에 전차대가 있어서, 기관차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반면,
요코가와역은 과거 우스이고개의 시작역이자 신에츠본선의 통과역중 하나여서 전차대 설비가 없습니다.
이후 우스이고개선 폐선 후 역을 세로로 반으로 뚝 잘라서 터미널식 역을 만들어버려서 삼각선같은 설비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다카사키로 돌아가기 위해선 뒤에 기관차 하나를 필수로 붙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EF64 1000번대는 국철시대의 마지막 직류기관차입니다.
1001호는 이중 첫 로트이며, 생산은 토요전기제조-가와사키 중공업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쇼와 55년이면 1980년인가요... 꽤 오래되긴 했습니다.
여담으로, 현재 EF64 1001의 도색은 국철시절 도색으로 2017년에 환원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객차와 같은 갈색 도장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시 앞으로 와서 다카사키역에선 인파에 제대로 담지 못했던 탄수차의 로고부분을 다시 찍어봅니다.
1988년에 복원을 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걸 30년째 잘 굴리고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합니다.
운전실에서는 승무원들이 부지런히 승무중입니다.
D51이 2차대전기의 기술에 기반한 증기기관차이니 만큼, 일일히 사람이 구석구석 확인해줘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이걸 잘 운용하는 것도 노하우중의 하나일것입니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서 다시 자리로 돌아옵니다.
오늘 요코카와까지의 여정에서 전세를 낸 박스시트 직각좌석입니다.
승차감은...딱 보시는 그대로의 승차감입니다. 오래타면 허리아파요 ㅠㅠ
열차는 천천히 안나카역을 출발합니다.
후미에 다카사키로 돌아갈 때 견인할 전기기관차를 물고있는 탓인지, 전이 충격이 엄청납니다.
고가 하부에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연기가 고여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빠지겠지만, 꽤나 오랫동안 있을 것 같습니다.
열차는 시원하게 뻗은 신에츠 본선 구간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과거 중요 간선이였던 만큼, 복선화는 물론이요, 선형도 여기까지는 꽤나 좋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저 앞에 꺾이는 커브구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젓번의 구도를 생각하며 카메라를 준비합니다
...만 전체적으로 선형이 좋아서, 급하게 꺾이는 부분 없이 열차는 칙칙폭폭 달려갑니다.
그래도 점점 우스이 고개에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에 구배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커브와 더불어 구배를 오르고 있습니다.
한참 힘을 써야하니, 석탄을 때우면서 연통에서는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오늘 처음 보는 새까만 연기를 뿜어내면서, 열차는 구배를 올라갑니다.
아무래도 뒤에 무거운 전기기관차가 물려있어서 그런지 더더욱 힘을 못내는 느낌이더군요.
곧이어 정차한역은 이소베역입니다.
일단은 쾌속열차 취급이라 전역 정차는 하지 않고, 일부 역에만 선택정차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워낙에 느린 열차고, 운행 편수도 많지 않은 구간이라 중간에 열차 추월은 하지 않습니다.
커브, 건널목 근처를 지날때마다 열차는 쉼없이 "뿌우"하는 기적소리를 울려댑니다.
가끔씩 듣는 사람이야 그 소리를 즐기지만, 연선 주민들은 꽤나 스트레스가 심할 텐데 잘 참는 것 같습니다.
종착역인 요코카와역이 다가오면서 점점 구배가 심해지고, 지속 구간도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뒤에 무거운 전기기관차까지 달고있다보니 열차는 언덕을 오르기 위해서 용을 쓰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석탄을 때우는지, 새까만 연기가 연통으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객차에서도 석탄 가루 비슷한게 날라오는데 주변 연선 주민들은... 민원감이지 않나 싶습니다 ^^;;;;
그렇게 한참을 오르막과 씨름하면서 열차는 종착역인 요코카와역 구내로 진입합니다.
과거에는 우스이고개선의 시발역으로 꽤나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토막나고 해서 2면 3선의 작은 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요코카와역 3번선에 도착한 SL 군마 요코카와입니다.
날씨가 흐릿해서 아주 예쁜 사진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갈색 구형 객차와 증기기관차는 옛 국철시절이 어땠는지 느끼게 해주기엔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한참 사진을 찍다보니, 저 멀리서 슬금슬금 211계가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좀 이따가 뒤로 가서 EL좀 찍어보려 했는데, 이건 글러먹은것 같습니다 ^^;;;
1번홈에 도착한 211계는 선두에 C13편성이 달려있는 중련편성 열차입니다.
잠시 후 되돌림운행으로 다카사키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가기 전 아쉬움에 SL 군마 요코카와와 그 견인기인 D51 498호기를 찍어봅니다.
옆에서는 기념사진 촬영이 한창입니다.
과거 우스이고개선으로 이어지던 부분은 이렇게 선로가 단절되어있습니다.
흔적들은 여기에 철길, 그리고 역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지금은 그저 과거의 흔적일 뿐이죠.
아무래도 D51은 주 견인용도가 화물용이다보니, 다른 기관차들에 비해서 보일러실이 거대합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견인을 위해서 주동륜을 4개를 채택한 경우입니다.
전천후로 노선을 가리지 않고 투입이 가능하다보니 많은 수가 생산되었고 같은 형식으로 무려 1100량이 넘는 생산수를 자랑합니다.
승무원분들은 운행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뒷처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입니다.
이래서 다른 기관차들에 비해 증기기관차가 관리가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원인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뭔가 서운하죠.
열차 출발 전까지 잠깐의 남은 시간에 밖으로 나와서 요코카와역의 전경을 담아봅니다.
마음같아선 우스이고개쪽도 가보고 싶지만, 갈길이 멀기 때문에 다시 다카사키로 돌아갑니다.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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